민주당 김민석에 무대를 뺏낀 가수의 의미심장 메시지 “앞으로는…”
||2026.10.19
||2026.10.19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전북 순창군의 대표 지역 축제 개막식에서 가수 공연 중간에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전한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가수가 다음 곡을 준비하던 중 무대에서 물러나야 했던 장면이 영상으로 확산되면서 ‘특권 의식에 기반한 과잉 의전’이라는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김 대표는 결국 공개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 전북 순창군에서 개막한 ‘제21회 순창장류축제’ 현장에서 일어났다. 이날 축하 무대에 오른 가수 흰(HYNN·본명 박혜원)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두 곡을 연이어 부른 뒤 다음 순서 곡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현장 사회자가 관람석 부근에 있던 김민석 대표를 돌발 호명하며 무대 위로 이끌었다. 주인공이어야 할 가수가 무대 구석으로 물러난 채, 정치인의 마이크 차지가 시작됐다.
단상에 오른 김 대표는 “순창은 장맛이 좋고 사람이 좋고, 우리 정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고향이어서 좋고, 박희승 의원 지역구여서 좋다”는 요지의 축사를 남겼다. 지역 특산물 홍보와 자당 소속 정치인들의 이름을 나열한 짤막한 인사였으나, 공연 흐름을 끊고 가수의 자리를 빼앗아 진행된 인사말에 관객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해당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자 여론의 공분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공연을 즐기러 온 시민들과 무대에 선 아티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선거철도 아닌데 지역 축제를 본인들 세 과시용 유세장으로 착각하는 구태의연한 정치 갑질”이라며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김 대표는 “순창군 축제 공연 중 가수와 관객 여러분께 죄송한 상황이 있었다”며 “불편을 끼친 가수 HYNN(박혜원)님과 관객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공연 중이라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주변을 둘러보던 중 사회자가 갑작스럽게 이름을 불러 인사를 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가수와 관객 여러분께 거듭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재차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도 수습에 나섰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표가 사전에 무대 인사를 고사했으나 사회자의 급작스러운 호명으로 공연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 짧게 발언하고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는 해명만으로 공연 중단의 부적절함과 관객의 불편이 온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연자의 무대와 관객의 관람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정치인의 인사나 의전이 그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권력자의 오만’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시민들이 온전히 즐겨야 할 순수한 지역 축제를 자당 정치인들의 이름표나 뿌리는 정치 유세장으로 악용한 오만함의 극치”라고 질타했다. 이어 “특권 의식에 찌든 권력자가 대중과 무대 위의 예술가를 얼마나 하찮은 소품쯤으로 여기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일방적으로 무대에서 물러서야 했던 피해 당사자인 가수 흰(HYNN) 측의 의연하고 성숙한 태도는 대중의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소속사 뉴오더엔터테인먼트 측은 “라이브 현장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며 “앞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든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래하겠다”는 절제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정치권의 날 선 진흙탕 공방에 휩쓸리지 않고 무대와 음악이라는 본업에만 집중하겠다는 프로페셔널한 대처가 전해지자, 팬들과 대중 사이에서는 “정치인보다 훨씬 품격 있는 태도”,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문화 축제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내빈 의전 우선주의와 주최 측의 무분별한 무대 개입 행태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