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어른들의 개싸움"…유재명·이선빈→김영민 ‘수능 출제의 비밀’
||2026.10.19
||2026.10.19
우리나라에서 수능만큼 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시험도 드물다. 새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문제 출제의 현장을 코믹하게 담았다. 출제위원들의 치열한 고민과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를 코미디로 비틀며 웃음 뒤에 남는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연출한 이용재 감독은 19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수능, 출제의 비밀’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수능은 온 국민의 관심사다. 교육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승과 제자, 어른과 청소년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좋은 어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8일 개봉하는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 제작 조이래빗,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은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봉인되는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미션 코미디.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는 신인 감독으로서 제작비를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도 담겼다. 다만 “수능 출제 현장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데만 집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실제 30~40명에 달하는 출제위원을 영화에서는 10명으로 줄이는 등 과감한 생략과 각색을 택했다”며 “세밀한 고증보다 관객이 현장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 방향을 전했다.
이 감독은 “국민들이 바라는 건 좋은 문제가 나오고 공정하게 출제되는 것이다. 출제위원들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한다는 점을 담고 싶었다”며 “사회적인 메시지를 억지로 집어넣기보다는 코미디로 부담 없이 접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정은 ‘밀크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에 가까운 맛’ 같다”고 비유했다. 실컷 웃고 극장을 나선 뒤에는 조금 쌉싸름한 여운이 남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국어 교사 맹보람을 연기한 이선빈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한 촬영을 작품 못지않게 유쾌한 기억으로 꼽았다. “무주 태권도원에서 숙박하며 촬영을 진행한 덕분에 준비를 마친 뒤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고 배우들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며 “피곤해도 선배님들과 만나면 즐거웠다. 촬영 내내 웃었던 기억이 많다. 영화만큼이나 저희의 케미스트리도 코미디였다”고 돌아봤다.
최시원과의 재회도 반가운 순간이었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시즌 1~2 이후 다시 최시원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차 안에서 촬영하던 중 ‘술꾼도시여자들을 계속 이어서 찍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마치 친척과 재회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수능 출제위원장 문주열 역의 유재명은 처음부터 이 영화와 역할에 선뜻 마음이 갔던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는 “문주열이 비호감이고 재수 없는 인물이라 출연을 거절하려고 했다”며 “아이를 등원시키며 생각한 건 수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가정의 현실을 다시 생각했고, 청춘을 바쳐 준비하는 시험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평소 정복을 입은 역할의 익숙한 이미지를 벗고 코미디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재명은 “코미디는 어려운 장르다. 동료들과 서로의 무기를 가지고 부딪치면서 하나를 만들어가는 현장이었다”며 “어른들의 개싸움을 보고 즐거워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재수 없어 보인다면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예민한 수능을 코믹하게 풀어내기 위해 배우들끼리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객관적이고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수능 문제 검토위원장 박경태를 맡은 김영민은 이 감독이 각본을 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를 재미있게 본 인연으로 이용재 감독과의 작업을 결정했다.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인물인 만큼 앞서 형성된 배우들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한편, 반전 이후의 흐름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했다.
“노출 장면을 앞두고는 촬영지의 운동시설을 활용해 몸을 만들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유재명과 극 중 캐릭터처럼 경쟁하듯 근육을 키웠다. (웃음)”
평가원 직원 기준수 역의 전석호는 상급자를 바라보는 인물의 시선에 주목했다. 그는 “제가 상급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같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시선을 거침없이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수능이라는 거대한 시험 안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좇는 어른들의 민낯을 웃음으로 드러내며, 공정한 시험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
이날 이 감독과 배우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수험생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지금까지 준비해 온 대로 실수 없이 시험을 치르시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