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극에 뜬금없이 등장한 ‘백제 금동대향로’…파장 일파만파
||2026.10.20
||2026.10.20
최근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중국 사극 화면에 한국의 대표 국보인 ‘백제 금동대향로’와 극도로 흡사한 소품이 등장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최근 방영된 중국 드라마 ‘가금채(嫁金钗)’의 실내 촬영 장면이다. 극 중 배경 한가운데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형태의 대형 향로가 주요 소품으로 버젓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국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가금채’에 등장한 소품은 꼭대기에 솟은 봉황, 첩첩이 솟아오른 산봉우리 형상의 뚜껑, 활짝 핀 연꽃 모양의 몸체, 그리고 하단에서 몸체를 틀어 받치고 있는 용 모양의 받침대까지 백제 금동대향로의 시각적 요소를 고스란히 복제한 형태를 띠고 있다. 수중의 용이 향로를 받치고 고대 신선들이 거주하는 삼신산(봉래산)을 형상화한 입체 조형은 백제 금동대향로만의 독보적인 양식이다.
이를 본 국내 누리꾼들은 “한국의 시그니처 유물을 아무런 역사적 고증이나 설명 없이 자국 사극의 배경 소품으로 슬그머니 도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 등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접할 경우, 백제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을 중국 고유의 전통 기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른바 ‘동북공정’에 이은 노골적인 ‘문화공정’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보인 백제 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의 공방지에서 진흙 속에 진공 상태로 묻힌 채 온전하게 발굴된 6세기 후반 백제 사비시대의 최고 마스터피스다. 높이 61.8cm, 무게 11.8kg에 달하는 이 향로는 도교의 신선 사상과 불교의 연화장 세계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고대 동아시아 금속공예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산봉우리 형태의 향로는 한나라 시기 유행한 ‘보산로(博山爐)’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백제 금동대향로는 기존 중국 보산로의 소형·단순 평면 양식을 완전히 뛰어넘는다. 압도적인 대형 크기에 5인의 악사, 16인의 인물, 39마리의 동물 등 총 80여 점이 넘는 형상이 유기적으로 조각되어 있어 중국 내 출토품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흐름 속에서 탄생했더라도 백제만의 독자적인 미의식과 정교한 주조 기술로 완성된 고유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은 학계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 미디어 콘텐츠에서 한국의 전통문화 요소가 왜곡되거나 자국 문화처럼 연출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앞서 한복, 김치, 갓, 삼계탕은 물론 고구려와 백제의 건축·복식 양식이 중국 콘텐츠 내에 왜곡 삽입될 때마다 양국 간 치열한 문화 소유권 논쟁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비난을 넘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유통되는 소품의 유통 경로와 배경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작진이 동양적인 고풍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복제품 소품을 단순 구입해 사용한 것인지, 의도적인 문화 왜곡이 작용한 것인지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반복되는 문화 왜곡 논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항의를 넘어 글로벌 방송 콘텐츠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백제 금동대향로를 비롯한 한국 전통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독창성을 해외에 정확히 알리는 다국어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글로벌 홍보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