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혼수상태도 이겨냈는데" 음악을 위해 목숨바친 강헌, 끝내 지다
||2026.10.23
||2026.10.23
지난 10월 20일 오후,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향년 64세.
요즘 세상에선 참 이른 나이라
더 먹먹하게 다가오네요.
김현식, 신해철, 서태지의 노래를
누구보다 깊게 풀어주던 분이었죠.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던 그 목소리,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사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별세 소식에 가장 많이들 궁금해하신 게
바로 사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구체적인 사인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어요.
다만 일부 보도에서는 가요계 말을 빌려
지병인 심장 질환으로 떠났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유족의 공식 발표가 따로 없으니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맞겠지요.
이 소식에 많은 분들이
20여 년 전 일을 떠올렸습니다.
강헌 씨는 42세에 대동맥이 찢어져
23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처럼 눈을 뜬 적이 있거든요.
소설가 꿈꾸던 청년, 가요의 얼굴로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 서울대 국문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은
뜻밖에도 음악 이론을 택했어요.
처음 발을 들인 곳은 영화판이었습니다.
독립영화 '파업전야'를 함께 만들었고
'아담이 눈을 뜰 때' 시나리오도 썼죠.
그러다 후배 부탁으로 쓴 김현식 평론
한 편이 인생 방향을 바꿔 놓았습니다.
1990년대엔 "가요는 강헌, 팝은 임진모"
라는 말이 돌 정도였답니다.
대학 강단에서도 20년 동안
대중음악사를 가르쳤고요.
"친동생보다 가까운 동생" 신해철
고 신해철 씨와는 20년 지기였습니다.
2014년 신해철 씨가 먼저 떠나자
2018년 그를 기리는 책을 펴냈지요.
혼수상태를 겪은 뒤엔 명리학에 빠져
2015년 '명리 : 운명을 읽다'를 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한국문화예술
교육진흥원 이사장을 맡아 일했고요.
떠나기 직전까지 신문에
팝 역사 칼럼을 연재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현역으로 떠난 셈입니다.
노래를 읽어주던 사람이 떠난 자리
영화, 평론, 공연, 행정, 명리학까지.
강헌 씨의 인생을 펼쳐 보면
한 우물만 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노래 한 곡 뒤에 숨은
시대와 사람을 볼 수 있었던 거겠지요.
요즘은 기계가 노래를 골라주는 시대죠.
그런데 왜 그 노래가 그 시절 우리를
울렸는지 말해줄 사람은 점점 귀해집니다.
제 생각엔 64세 별세가 유독 아까운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아요.
사인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지만,
오늘만큼은 그가 남긴 글과 노래 이야기로
배웅해 드리면 좋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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