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남자와 꾸며내는 여자" 123만 모은 그 비호감 스릴러
||2026.10.28
||2026.10.28

주인공 두 사람 모두 응원하기 어려운 영화가 있습니다. 한 명은 남의 집을 훔쳐보는 것이 취미인 공인중개사, 다른 한 명은 삶을 통째로 꾸며내는 사람입니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었는데도 개봉 3주 만에 100만을 넘겼고 최종 123만 명을 모았습니다. 2024년 5월 개봉한 그녀가 죽었다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매물을 관리하며 손에 들어온 열쇠로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인물입니다. 물건을 훔치지는 않고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러다 유독 눈길이 가는 한 사람을 관찰하게 되고, 어느 날 그 사람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자신이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들키면 유력 용의자가 될 처지라 진범을 직접 찾아 나섭니다. 범인을 쫓는 사람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설정에서 이야기의 긴장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2024년 5월 중순 개봉했습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6월 5일까지 누적 100만 1840명을 기록하며 백만 고지를 넘었습니다. 최종 누적은 약 123만 명으로 집계됐고, 7월 초부터 가정에서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대작들이 쏟아지던 시기에 중간 규모 스릴러가 거둔 성적이라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홍보보다 본 사람들의 추천이 더 크게 작동한 작품으로 꼽힙니다.

남자 주인공은 그동안 쌓아 온 선한 이미지를 과감히 내려놓고 관음증에 빠진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상대역 역시 온라인에서 보여 주는 모습과 실제 삶이 전혀 다른 인물을 맡았습니다. 두 배우 모두 제작보고회에서 비호감 캐릭터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고, 오히려 그 지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누구 편도 들 수 없는 상태로 끝까지 따라가게 됩니다. 이 불편함이 오히려 입소문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이 작품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입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릭터의 결을 설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두 인물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 주면서 정보의 양을 조절합니다. 덕분에 관객은 범인을 추리하면서 동시에 두 사람의 민낯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예산에 가까운 규모에서 구조로 승부한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 영화는 통쾌한 해결이나 따뜻한 마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보는 내내 인물들에게 거리를 두게 만들고, 그 상태를 끝까지 유지합니다. 그래서 감정 이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에게는 결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서늘한 톤을 좋아한다면 몰입도가 높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확인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