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국회의원 배지 달았던 진짜 이유…사연에 ‘뭉클’
||2026.10.30
||2026.10.30
국민 배우 최불암이 별세한 가운데, 그가 과거 정치권에 몸담게 된 사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평생 연기자로 사랑받았던 최불암은 1992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며 뜻밖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배경에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최불암은 훗날 정치에 대한 개인적인 뜻보다 정 회장을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회고했다.
지난 29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최불암은 생전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일화를 여러 차례 소개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시작됐다. 정 회장은 최불암이 맡았던 양촌리 김 회장을 보며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고, 작품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정 회장은 한때 ‘전원일기’에 직접 출연하고 싶다는 뜻까지 밝혔다. 농부 역할로 등장해 옛 농사법을 설명하겠다며 출연 시간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최불암 역시 이를 반겼지만, 주변 임원들의 만류로 출연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이후 방송에서 정 회장이 실제로 출연했다면 우리 농업에 관한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지게를 메는 방법을 둘러싼 일화도 전해진다. 정 회장이 최불암에게 농촌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지게를 제대로 멜 줄 아느냐고 묻자, 최불암은 자신 있게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목의 힘을 활용해야 무게중심이 잡힌다며 직접 요령을 알려줬다고 한다. 최불암은 이런 경험을 통해 농사와 현장에 관한 정 회장의 깊은 이해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정 회장의 소탈한 생활 방식도 최불암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정 회장 부부가 드라마 제작진을 자택에 초대했을 당시, 집 안에는 오래 사용한 가구와 생활용품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고 한다. 최불암은 재벌 총수라는 이미지와 달리 검소한 모습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정 회장이 무조건 수면시간을 줄여 일하기보다는 충분히 자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일화도 전했다.
이처럼 쌓인 신뢰는 결국 정치권에서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최불암은 1992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통일국민당의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같은 해 제14대 총선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최불암은 훗날 처음부터 정치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 회장을 도우려다 자연스럽게 정치 행사에 참석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는 설명이었다.
그의 정치 활동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했으나 새정치국민회의 김민석 후보에게 패했다. 당시 김 후보는 최불암의 배우 복귀를 강조하는 선거 구호를 내세웠고, 최불암은 훗날 이를 유쾌하게 회상하기도 했다. 낙선 이후 그는 연기 활동에 다시 집중했고 1997년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로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30년 전 선거에서 맞붙었던 김민석과의 인연도 별세 이후 다시 알려졌다. 김민석은 최불암과의 경쟁을 영광스러운 기억으로 돌아보며 선거가 끝난 뒤 최불암이 자신에게 훌륭한 정치인이 되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밝혔다. 경쟁 상대에게도 따뜻한 말을 남겼던 최불암의 모습은 추모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