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F2000
||2018.06.05
||2018.06.05

벨기에 FNH사의 F2000은 불펍식 소총의 단점을 보완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총기다. 비록 기대한 만큼의 대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F2000은 불펍식 소총의 디자인을 어디까지 진화시킬 수 있을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펍식 소총, 즉 노리쇠와 탄창등의 주요 작동부(액션)이 권총손잡이보다 뒤쪽에 위치하는 소총의 디자인은 19세기부터 존재해 왔으나 이것이 군용 소총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영국이 차기 소총으로 설계했던 EM-2부터였다. 비록 EM-2자체는 제식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끝나버렸지만, 이 당시 주목받은 불펍이라는 컨셉은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하다가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에 여러 국가에서 일제히 제품화와 군 채택이 이뤄지면서 얼마간 미래 소총의 중요한 흐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1970년대 끝무렵, 즉 1977~78년 사이에는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AUG와 프랑스의 FAMAS 라는 두 불펍 소총이 각 나라의 제식 소총으로 채택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1985년에는 영국의 L85소총이 영국군 제식으로서 채택되었다. NATO를 대표하는 유럽의 3대국중 두 나라가 불펍 방식을 채택한데다 80년대에 가장 수출전선에서 두각을 보인 유럽제 소총이 슈타이어 AUG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 90년대 이후의 군용 소총은 불펍 방식이 대세로 굳어질 것처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도 벌써 20여년 전의 역사로 사라져가는 현재, 불펍식 소총은 나름 군용 소총의 세계에서 자리를 잡은 장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약간 더 가까운 상황이다. 마치 불펍에 의한 천하통일이 눈앞에 다가올 것 같던 80년대의 예측과는 크게 빗나갔는데, 이는 불펍이라는 분야가 가진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컸기 때문이다. 불펍은 총기의 길이를 줄이는 데에는 매우 유효한 방식이다. 노리쇠, 약실, 탄창등 주요 작동부가 개머리판에 해당하는 부위로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길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총열의 길이도 어쩔 수 없이 단축해야 하는 통상적인 소총의 디자인과 달리 불펍 방식은 총열 길이를 아예 줄이지 않거나, 줄이더라도 그 정도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총열이 길면 그만큼 빠른 탄속과 적은 화염, 그리고 낮은 반동이 가능하므로 소총의 성능이나 사용자의 피로감이 그만큼 적다. 게다가 무게중심이 개머리판쪽에 쏠리며 작동부 자체도 어깨에 매우 가깝기 때문에 견착 사격시의 반동 제어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처럼 길이를 줄이면서도 총열 길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특히 기계화가 진행되어 소총을 휴대하고 차량이나 항공기에 탑승할 기회가 많은 국가의 군대에서는 큰 장점이며, 1980년대의 영국과 프랑스도 바로 그 이유로 불펍 방식을 일찍부터 자국 소총에 적용했다.
특징불펍의 단점
물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무게중심이 뒤쪽에 몰려있는 편이므로 일반 휴대시에 의외로 불편하며, 탄창교환이나 조정간 조작등의 전반적인 조작부도 뒤쪽에 몰려있기 때문에 특히 재장전 작업이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지기 쉽다. 그래도 이런 조작적인 면은 훈련으로 나름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훈련만으로 전부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탄피 배출의 방향 문제가 대표적이다.
불펍 방식은 기존의 탄피배출 방식대로면 개머리판에서 탄피가 배출되는 셈이다. 만약 사수가 한 쪽 어깨로만 계속 사격한다면 이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탄피가 오른쪽에서 배출된다면, 오른쪽 어깨로만 쏠 경우 사수가 딱히 문제를 느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탄피가 배출되는 불펍식 소총을 왼쪽 어깨로도 사격해야 한다면? 자세를 조금만 잘못 잡아도 뺨으로 탄피를 다 받아내야 할 판이다. 불쾌한 수준을 떠나 부상의 위험까지 높다.

전통적인 전투 양상에서는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른손잡이면 오른쪽 어깨, 왼손잡이면 왼쪽 어깨로만 계속 쏘면 되니 말이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AUG나 프랑스의 FAMAS같은 총은 탄피 배출 방향을 좌우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총을 분해해서 필요한 부품을 바꾸거나 위치를 변경하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시가전과 실내전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소총의 견착 위치를 전투중에 바꿔야 할 상황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불펍의 탄피배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총기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지만, 소총급에서 이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한 것 중 하나가 바로 F2000이다.
운용현황F2000
F2000은 2001년에 처음 공개된 5.56mm소총이다. 이 총은 불펍식 소총이지만, 그 동안 불펍식 소총들에서 문제로 제기된 점들을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FN사는 그보다 먼저 불펍식인 P90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피 배출 방향을 아래로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일부 해결했지만, 이는 사용탄약이 탄피가 상대적으로 짧고 약실 압력이 약한 5.7mm탄약이어서 가능했다. 훨씬 약실 압력이 강하고 탄피도 긴 5.56mm 소총탄을 P90과 동일한 설계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FN측은 P90의 설계로 생긴 디자인 노하우에 5.56mm소총에 필요한 기계적 구조를 적용하기로 했다. P90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돌출을 피하는 형태의 손잡이, 그리고 좌우 어느쪽 손으로도 동등하게 조작이 가능한 방아쇠 아래의 조정간 등은 분명 P90의 설계를 답습한 것이다. 하지만 탄피 배출에 대해서는 기존의 다른 총기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을 적용했다.
F2000의 기본 작동 구조는 의외로 평범하다. 기존 대부분의 소총과 마찬가지로 쇼트 스트로크(왕복거리가 매우 짧은) 가스 피스톤+회전식의 톱니형 노리쇠를 사용하는 평범한 가스압 작동 방식이다. 유진 스토너의 AR-18에서 파생된 이 구조 자체는 전혀 색다를 것이 없지만, FN측은 여기에 독특한 탄피배출 구조를 추가했다.

약실에서 노리쇠의 갈퀴에 붙들려 빠져나온 탄피는 당장 총 밖으로 튕겨나가는 것이 아니다. 탄피가 약실 밖으로 빠져나오면 상부에 있는 ‘엘리베이터’라는 명칭의 백색 플라스틱 부품이 아래로 내려가고, 노리쇠가 복좌 용수철에 밀려 전진하면 탄피는 엘리베이터를 따라 총열 위의 탄피 배출관으로 들어간다.
이 상태에서 총을 아래로 기울이면 탄피는 밖으로 빠지지만, 총이 수평을 유지하거나 뒤로 기울어지면 탄피는 총 안에 남는다. 그대로 계속 발사하면 탄피가 계속 발사관 안에 들어가고, 다섯발 이상의 탄피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먼저 들어가 있던 탄피가 한 발씩 총 밖으로 떨어져 배출된다.

독특한 탄피 배출 방식
이 방식은 여러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먼저 불펍 최대의 약점이던 탄피 배출방향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 탄피가 좌나 우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앞쪽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피가 기존의 총기들처럼 맹렬한 기세로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툭툭 떨어지는 정도의 약한 속도로 빠지기 때문에 탄피에 맞아 부상당하거나 할 걱정도 적고, 또 탄피 회수를 중요시 하는 군대라면 탄피 분실의 가능성도 훨씬 적다.

또 다른 장점은 총의 밀폐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F2000은 전통적인 개념의 탄피배출구가 없는 만큼 총에 ‘빈틈’이 없다. 따라서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도 적다. 다만 이 높은 밀폐성은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탄피배출구가 있는 총이라면 작동불량등이 생겼을 때 노리쇠를 후퇴시켜 탄피배출구를 열어서 어느 정도는 내부 상태를 보거나 불발탄을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F2000은 이런 식으로 내부와 쉽게 접근하거나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통로가 신통치 않다. 물론 총기 상부에 이물질 제거등을 위한 비상용 덮개가 있어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내부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F2000의 이런 독특한 탄피 배출 구조는 사실 이 총만의 것은 아니다.

1971년부터 사용중인 구 소련의 NSV 기관총도 탄피가 전방으로 배출되는 등 탄피를 앞으로 ‘뱉어 내는’ 총은 꽤 이전부터 존재했다. 여기에 1991년에는 러시아에서 F2000처럼 탄피를 앞으로 배출하는 불펍식 소총인 A-91을 개발한 바 있는데, F2000이 이 설계를 직접 활용하지는 않았다 해도 나름 참고한 것은 분명하다.

유탄발사기에 최적화
F2000은 단순히 탄피 배출 문제만 신경써서 설계한 총은 아니다. 불펍이라는 디자인을 활용, 최대한 컴팩트하고 모듈화된 소총으로 만들었다. 가장 큰 특징은 유탄발사기 장착에 특화된 설계라는 점이다. 불펍은 원래 컴팩트한 만큼 유탄발사기를 장착해도 부피가 상당히 컴팩트하다.
오히려 제대로만 장착하면 유탄발사기를 달고 있는 편이 아닌 것보다 오히려 밸런스가 맞는다. FN은 이런 특징을 활용, F2000과 여기에 다는 유탄발사기인 GL1을 처음부터 한 세트로 설계했다. GL1을 장착한 F2000은 여전히 컴팩트하며, 또 집게손가락의 위치만 바꿔도 유탄발사기 격발이 가능할 정도로 조작성도 높다.

조준경은 1.6배율의 스코프가 기본이지만, 이 스코프는 피카티니 레일에 거치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제거하고 다양한 다른 광학 조준경으로 대체할 수 있다. 실은 FN에서는 조준경을 대체할 유탄발사기용의 FCS(화기관제장치)를 제안한 바 있다. 광학식 조준경과 레이저 거리측정기, 탄도계산 컴퓨터와 각도 센서가 종합된 이 FCS는 목표를 겨누면 거리측정기로 목표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뒤 거리에 맞춰 총을 어떤 각도로 조준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과거에는 매우 무겁고 큰 형태로 F2000의 상부를 완전히 차지하는 거추장스러운 장치였지만, 지금은 F2000뿐 아니라 다른 총기에도 어렵잖게 적용되는 컴팩트한 장치로 완성되었다. 다만 이것을 대량으로 구매한 조직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한 보급
전체적으로 F2000은 FN이라는 업체가 가장 진취적으로 총기를 개발하던 90년대~2000년대 초반 사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진취적으로 설계했다는 것이 반드시 커다란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F2000역시 FN의 기대에 비하면 판매실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실패작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만정이 넘는 물량을 구매했고 슬로베니아도 최대 1만 5천정을 도입, 군의 표준 제식 소총으로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를 제외하면 만 단위가 넘는 대량 구매를 실천한 나라는 거의 없다.
10여개 국가에서 구입은 했으나 대부분이 수백에서 1천정 정도 물량을 주문하는 것이 보통이고, 개발국인 벨기에도 특수부대가 이용하는 정도에 머물렀을 뿐 군의 신형 제식 소총으로까지 도입되지는 못했다. 애당초 벨기에군은 F2000보다 먼저 개발된 FNC소총을 90년대에야 보급하고 있던 마당이라 F2000이 도입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대량의 신형 소총을 조달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미군 특수전 사령부가 2004년부터 진행하던 차기 작전용 소총 프로그램에 응모하기 위해 FN이 개발한 SCAR가 세계 시장에서 F2000보다 훨씬 더 인기를 끌고, 벨기에군도 기존의 FNC소총을 SCAR로 대체하면서 F2000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F2000이 아무리 불펍 소총으로서는 획기적인 형태를 취했다 해도, 세계 최강의 전술조직이라는 미군 특수부대가 SCAR를 점지한 이상 F2000의 내리막길은 거의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F2000은 수년 전에 사실상 단종된 상황이다. FNH사의 웹사이트에도 SCAR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F2000은 소개되고 있지 않다. 시장의 주목이 온통 SCAR에 집중된 현 상황이 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감안하면, F2000이 부활해 대량으로 보급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듯 하다.
파생형
F2000 택티컬: 원래 달려있던 1.6배율 스코프와 덮개를 떼어내고 비상용 아이언 사이트를 장착한 모델.

F2000 택티컬 TR: 택티컬 버전의 앞쪽 핸드가드를 좌우와 아래에 피카티니 레일이 달린 것으로 교체한 모델.

F2000S: 슬로베니아 군용으로 변형된 모델. 상부 피카티니 레일이 다소 높게 바뀌었고 이것을 운반손잡이 대신 쓸 수 있다.

FS2000: 민수용 반자동 모델. 미국 시장용으로 만들어졌고 총열 길이를 17.4인치로 늘렸다. 현재 단종.
제원
- 제조사: FN Herstal
- 작동방식: 쇼트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회전식 노리쇠
- 구경 : 5.56x45 mm NATO탄
- 무게 : 3.6kg
- 길이 : 688mm
- 총열 길이 : 400mm
- 폭 : 81.3mm
- 발사속도 : 850발/분
- 탄창 : 30연발(STANAG)
저자소개
홍희범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등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