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8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지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3월 78를 기록하던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월 56 △3월 51 수준으로 떨어졌다. BSI는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 호전보다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음을 의미한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경기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PF대출금리는 8~9%에 육박하고 있다. 2021년 12월 3~4%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반 만에 2배 이상 뛴 셈이다.
정부가 LH의 PF 부지 매입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은 유동성을 지원해 기업들의 부채상환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자금 지원이 필요한 부지다. LH가 건설사 등의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업은 토지매각대금을 부채 상환에 활용해 다른 사업장을 정상화하는데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에는 토지매입 방식과 더불어 LH가 추후 토지 매입을 확약하는 매입확약 방식도 도입했다. LH가 확약일로부터 1~2년 만기를 둔 매수청구권(풋옵션)을 기업에 부여하고, 추후 기업이 LH에 매수 청구할 경우 그때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LH의 신용보강 효과가 있는 셈이다.
매입 규모는 총 3조 원으로, 1차(상반기) 사업에서 매입 1조 원, 매입확약 1조 원 등 2조 원을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 1조 원은 7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신청 자격은 △부동산개발업자 △주택건설사업자 △부동산투자회사 등 법령에 따라 등록된 사업자 중 대출금융기관의 토지 매각 동의를 얻은 사업자다. 매입 가격은 LH·SH 등의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를 상한으로 신청자가 희망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가용할 수 있는 토지인지, 소유권이나 저당권 등 문제는 없는지 실사 등을 거쳐 실제 매입이 진행된다. 1차 매입 계약은 상반기 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매각대금은 LH가 전액 부채상환용 채권으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한다.
아울러 이날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는 세제지원을 받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방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건설업체 등의 유동성 리스크와 신규 건설 착공 지연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9개 CR리츠를 통해 미분양주택 3404가구를 매입해 운용한 바 있다.
CR리츠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시 취득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배제 등 세제혜택도 부여된다. 6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가 기존 12%에서 1%만 적용된다. 종부세는 주택 취득 후 5년간 합산에서 배제한다. 현재 팔리지 않은 미분양 주택들을 떠안고 있는 건설사는 법인세와 종부세까지 납부해야 하지만 CR리츠를 통해 유동화하면 민간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다시 분양할 수 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CR리츠를 통해 투자자와 건설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임대 운영하는 기간 동안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장에서 갈등이 큰 공사비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공공공사의 경우 직접 공사비 산정기준을 시공여건(입지, 층수 등)에 맞게 개선하고, 산재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15~20% 상향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토부와 기재부 합동작업반을 출범해 업계 및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객관적인 공사비 근거를 산출해 추가 개선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단발성으로 운영하던 PF조정위원회도 상설 운영한다. 다음달 8일부터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실효성 있는 조정을 위해 현재 훈령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정위원회를 법정 위원회로 격상하고, PF사업 착수 단계부터 이력을 관리하는 'PF사업정보 종합적 관리 방안'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