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 ‘尹-李 대리전’… 김은혜 vs 김병욱, ‘분당을’서 접전
||2024.03.30
||2024.03.30
“나라의 대표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으로서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했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도 동일하게 지지한다.” 지난 29일 오후 분당구 정자동 정자역에서 만난 윤성원(55)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대편 후보도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겠지만, 우선은 현 정권이 더 잘할 수 있게, 장기적으로 힘을 합칠 수 있는 김 후보를 뽑고 싶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박모(32)씨는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크고, 할 말은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호감이 있다”며 “이재명 후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와 친하다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에게 투표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찐윤(윤석열 대통령 최측근)’과 ‘찐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맞붙은 분당을이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선 이 대표의 측근 그룹 ‘7인회’ 멤버이자 현역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와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중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6시, 분당 정자역 앞 김은혜 후보의 퇴근길 유세 현장, 수십 명의 시민이 김 후보를 둘러쌌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한 노년 남성은 김 후보 앞에 멈춰서서 “이번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들은 달려와 “지겨워 죽겠어. 갈아엎자”라며 김 후보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자동 주민인 김애경(65)씨는 “어제 김병윽 후보는 감자탕 집 주인을 콕 집어 가리키면서 ‘감자탕집 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니까 반응이 좋았다. (김은혜 후보도) 그렇게 주민 한명 씩 말을 걸면서 유세를 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이다”라며 김 후보에게 직접 유세 ‘코칭’을 하기도 했다.
분당을은 경기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지만,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김병욱 의원이 당선되는 등 민주당 세가 드러날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땐 윤석열 대통령이 16%포인트(p) 차이로 승리하기도 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부동층 유권자가 많은 지역인만큼, 이번 선거가 두 후보 개인에 대한 선호보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일종의 심판대처럼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어강사인 정모(34)씨는 “김병욱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막말 등 언행으로 인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다”며 “김병욱 후보가 이 대표와 가깝다면 그를 뽑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인 김모(25)씨는 “의대 정원 확대를 제외하곤 윤 정권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친윤 후보가 당선하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다”고 했다.
김은혜 후보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유세에서 “분당 주민들에게 어깨를 내어드리지 못한 국민의힘이 반성한다”고 거듭 이야기하기도 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 최대 현안인 재건축 문제도 민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후보는 자신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최초로 발의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집권여당 프리미엄’으로 재건축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실제 국회에서 통과시킨 김병욱 의원은 슬로건 ‘3선 국토교통위원장’을 내세우며 선도지구 매년 1회 추가 지정 등 공약을 내걸었다.
인근 주민인 김모(62)씨는 “아파트가 오래돼서 벽이 갈라지고 비가 스며드는 등 불편이 크다”며 “어느 후보든 재건축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정자동에 거주하는 김모(62)씨도 “재건축, 신분당선 교통비 등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돈을 퍼준다는 식의 정책을 정치인들이 내놓고 있는데, 실질적인 동네 문제부터 해결했으면 한다”고 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18∼20일 조사(성인 500명 대상, 무선 100%,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김은혜 후보(42%)와 김병욱 후보(40%)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