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의사들의 與지지 1%...수술대에 오른 尹의 정치생명?
||2024.03.30
||2024.03.30
[최보식의언론=송영복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으로 촉발된 의료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대화를 하자면서, 막상 대화의 전제 조건이 다르다. 정부는 이미 발표된 '2000명'을 기정사실로 하고 대화하겠다는 것이고, 의사들은 '2000명'을 백지화하면 대화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여기에 더해 복지부 박민수 차관 해임도 이뤄져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 관심사는 의료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이다. 아래는 의사 입장에서 쓰여진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한다.(편집자 주)
일부에서는 의대증원 2천명이 포함된 '필수의료정책패키지(필정패)'가 어차피 총선용으로 시작된 것이니 총선이 지나면 정부 입장에 변화가 올 것이고, 그러면 의료대란이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의료대란은 이제 고작 시작단계다. 지금 대통령실의 일부 비서관들과 정부측 인사들은 필정패 중에서 대표적인 정책인 2천명 의대증원이라는 계획이 무모한 계획이고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책결정자인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2천명'이라는 숫자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2천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고 있는 대통령의 의지는 바뀔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그런데 의사들은 의대 2천명 증원이 가져올 의학교육현장의 혼란과 질 저하라는 결과를 뻔히 알고 있다. 이것을 수용하는 것은 의료의 질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요구이기 때문에 의사들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에게는 정치생명이 달린 일이 되었고, 의사들에게는 의료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되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치적 운명이 달린 대통령과 의료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사의 사명이 충돌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조기 타결의 전망을 어렵게 한다.
의대정원 이슈로 발표 초기 잠시 올라갔던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도 이제는 크게 꺾여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 총선이 열흘 남은 상황에서 이렇다 할 반전의 여지도 없다.
지지율 하락의 이유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의료대란 관련 이슈가 크다. 그 첫째 이유는 의료대란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피로도가 증가하게 되고, 사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책임을 묻는 화살이 정부여당을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지도 하락의 둘째 이유는 대통령과 여당이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을 가진 12만명의 의사직군을 잃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믿었던 대통령과 여당으로부터 당한 배신의 상처는 매우 컸는데, 의료대란 이전 약 80%에 달했던 의사 내 여당의 지지율은 의료대란 이후 1%로 떨어진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이유는 정부가 내세웠던 주장의 허위사실과 근거없는 2천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의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처럼 사태가 해결되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 필수의료를 할수록 정부과 국민들로부터 노예취급을 받게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전공의들 중 상당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사명감을 상실했다. 실제로 그만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던 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오히려 필수의료를 근본부터 무너뜨리게 만드는 폭탄이 되었다. 모든 난제들이 조정되고 해결되어도 예전의 자리로 복귀할 전공의들의 비율은 많게 보아도 80%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문제는 빈자리들이 대부분 필수의료 분야라는 것이다.
12만명의 현직 의사들은 2024년 2월 정부가 강행한 조치들로 인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수많은 명령을 생산해낼 수 있고 이 명령들은 국민의 생명권이 헌법에 보장되어있다는 이유로 의사들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권력을 가진 정부가 공권력으로 의사들을 통제함으로써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료의 가치는 권력에 의해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정부 주도의 ‘의사의 악마화’ 작업이 국민에게 손쉽게 먹힐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과 국민의 비난으로 입게 된 상처는 의사들에게 분노 외에도 허탈감과 근원적 상실감을 안겨주었고, 의업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필수의료분야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의 영구 이탈로 인해 앞으로 수년간 필수의료분야의 공백상태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이탈로 인한 여파는 단순히 비어있는 시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공의들은 신분이 피교육생이지만 아랫년차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단절은 아무리 짧아도 수년의 공백을 초래하고,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이 지금 의사들이 겪고 있는 분노, 허탈, 사명감의 상실이 의대생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90% 넘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했고 이들은 의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자신들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필요의료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의료는 2024년을 기점으로 OECD의 평균을 향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우수한 의료접근성, 우수한 치료결과, 짧은 수술대기시간, 낮은 의료수가 등은 OECD 평균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 동안의 의료제도가 국민만 살고 의사들이 죽어나가는 제도였다면, 앞으로는 국민의 희생이 늘고 의사들의 생활은 편해지는 방향으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싸고 좋았던 2024년 이전의 대한민국 의료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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