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러, 유엔 전문가 임기 만료 거부는 대북 제재 ‘영구 해체’ 목적”
||2024.03.31
||2024.03.3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불발될 가운데 러시아가 패널 연장을 거부한 것은 대북 제재를 영구적으로 해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엘런 김 선임 연구원은 29일(현지 시각) CSIS 홈페이지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의 대북 제재 체계를 약화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의 세 번째 단계”라고 분석했다.
앞서 안보리는 28일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공식 회의를 열고 연장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찬성 13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안보리 결의는 상임 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어느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은 기권했다.
차 석좌와 김 연구원은 “러시아는 그동안 10건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동의하면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체제를 지지했다”며 “하지만 이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준수를 중단했고,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적극적으로 차단했으며, 이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북 제재 체제를 영구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무기가 필요한 만큼,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과거보다 밀접해졌고, 양국의 무기 거래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차 석좌와 김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 지원으로 인해 러시아가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 대가로 위성, 핵잠수함, 장거리 탄도 미사일과 관련한 민감한 군사 기술을 제공해 비확산 규범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탄약 재고를 회복하고, 러시아에 더 많은 탄약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탄약에 대한 공동 생산 협정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1만 개 이상의 군사 장비를 공급했다. 이 중에는 300만 발 이상의 탄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고, 푸틴 대통령은 방북을 예고하는 등 양국의 관계는 긴밀해지고 있다.
차 석좌와 김 연구원은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책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러 간 호혜적 협력을 지속해 북러 간 호혜적 협력을 지속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있어 결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안보리에서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가 패널이 없으면 유엔 회원국은 현재의 제재 체제에 생긴 구멍을 메우고 이행을 감시할 제3자 기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주요 7개국(G7)과 호주, 한국, 스페인 등이 적극적으로 정책 공조를 하면 완벽하진 않지만, 효과적인 대체제를 만들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4월 30일에 만료된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874호에 따라 만들어졌다. 임기는 매년 4월 30일에 만료되며, 안보리가 매년 3월쯤 새 결의를 채택하는 식으로 1년씩 연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