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국을 국제결혼 금지국으로 지정
||2024.04.13
||2024.04.13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민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당분간 금지했다는 보도다.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국만을 대상으로 내린 조치다. 지난해 9월 한 결혼 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놓고 한국인 남성 1명에게 신부를 고르도록 한 사실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현지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5대 1의 '집단 맞선'은 중매가 아니라 팔려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고 한다. 이 중개업자는 현지법에 따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캄보디아 정부의 '결혼 금지령'은 그 사흘 뒤 나온 조치다. 입장을 바꿔 우리 딸들이 이런 수모를 겪었다면 누구라도 분노가 치밀지 않겠는가.
한국의 '묻지마 결혼' 중개가 중국과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 곳곳에서 추문을 일으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보완책이 마련되기는커녕 갈수록 도를 더해 가고 있으니 이런 국제적 망신도 없다. 시집와서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인격모독과 폭력, 학대 등에 시달려 외교문제로 비화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하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집간 캄보디아 여성들을 딸처럼 잘 돌봐달라"고 하고, 응우옌민찌엣 베트남 주석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에게 "베트남 여성들이 잘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할 정도까지 됐을까.
2008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결혼 중 11%(3만6204쌍)가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았다. 외국 여성의 38.3%가 농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에게 시집왔으니 농어촌 총각 3명 중 1명이 외국인 아내인꼴이다. 이렇게 한국에 시집온 이주 여성은 지금까지 12만8000여명으로 이들에게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만 6만명에 육박한다.
각종 통계는 우리가 실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부의 다문화주의 정책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며 허점 투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다문화가족지원법은 합법적 체류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가정폭력 등으로 내쫓긴 이주 여성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한 상태다. 결혼중개업법도 업자들에 대해 사후 행정 규제만 두고 있어 정작 문제가 되는 허위정보 제공이나 인권유린 행위 같은 브로커들의 농간을 막기에는 미흡하다. 국제결혼 중개의 폐해와 이주 여성들의 인권침해가 국가 이미지 추락을 넘어 '혐한(嫌韓) 현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법적·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