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서 양위한 군주들은 누가 있을까? 간단하게 알아보자.
||2024.04.25
||2024.04.25
군주가 후계자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양위'.
시해, 폐위 등이 아닌 스스로(?) 자리를 넘기는건데..
사극에서 흔히 볼 수있는 '선위하겠다!' 의 양위쇼와
'상왕 노릇'의 단어가 주는 익숙함에 비해
생각보단 한국사에선 그 실제 예가 많은 편은 아니다.
양위 후 상왕이 된 한국사의 군주들을 간단히 알아보자.
고구려 6대 태조왕

6세에 즉위한 그는, 93년간 재위했고
75세의 동생에게 양위, 99세의 나이에 상왕이 돼
19년 뒤 11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는게 삼국사기의 기록인데.. 솔직히 말이 안된다.
기록 오류이거나, 의도적인 조작이었을 것이다.
일단은 기록상
향년 118세, 양위 19년후 병사.
(재위기간 93년)
신라 51대 진성여왕

첫째(49대 헌강왕), 둘째 오빠(50대 정강왕) 사후 즉위.
하지만 그녀가 즉위했을 때 신라는 이미 지는 해였고
각지에선 반란이 들끓어 후삼국시대가 시작된다.
그녀는 우후죽순 번지는 지방반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카 효공왕(49대 헌강왕의 서자)에게 양위한다.
향년 약 30세, 양위 6개월 후 병사.
(재위기간 10년)
고려 14대 헌종

총명했지만 매우 병약해, 어린 나이에 병을 달고살았다.
그러자 왕의 외삼촌 이자의는 병약한 왕의 후계로
왕의 동생 한산후를 밀었고, 왕의 숙부 계림공과 대립..
결국 계림공이 쿠데타를 일으켜 이자의를 죽인다.
헌종의 숙부 계림공은 모든 권력을 장악, 왕을 압박했고
결국 왕은 계림공(숙종)에게 양위.. 짧은 치세가 끝난다.
원래 병약했던 상왕 헌종은 이후에도 오래 살지못했고
향년 13세, 양위 2년 후 병사.
(재위기간 1년)
고려 20대 신종

최충헌이 신종의 형인 명종을 폐위시키고 그를 옹립.
신종은 즉위할 때 이미 53세의 고령에,
모든 권력은 최충헌이 쥐고있어 아무런 힘도 없었다.
이미 고령의 신종은 위독해지자 양위의 뜻을 전했고
장남(21대 희종)에게 양위한 뒤 상왕이 되었지만..
향년 60세, 양위 8일 후 병사.
(재위기간 7년)
고려 25대 충렬왕

쿠빌라이 칸의 사위로, 부인에게 완전히 잡혀살았고
주색에 빠져, 이를 싫어한 아들과도 사이가 나빴다.
결국 원 황제의 피를 직접 이어받은,
자신의 아들과의 파워게임에서도 밀려버렸다.
질려버린 충렬왕은 아들(충선왕)에게 양위했으나..
양위했던 아들이 6개월만에 원에 의해 폐위되자
충렬왕은 다시 왕으로 복위, 아들과 정쟁을 벌인다.
하지만 결국 아들과의 정쟁에서 패배했고
향년 72세, 양위 6개월 후 복위 10년만에 병사.
(1차 재위 24년, 2차 재위 10년)
고려 26대 충선왕

원 황제 쿠빌라이 칸의 외손자로, 원 황실 종친이기도.
학문이 뛰어났던 그는 원 황족들의 친구, 스승이었다.
원 후계자 쟁탈전에 개입, 자신의 친구를 황제로 만들고
아비와의 정쟁에서 승리, 부왕 사후 고려왕으로 재즉위..
원에게 받았던 심왕까지 더해, 왕관이 2개였다.
하지만 복위 후 그는 고려에 머물지않고
원에서 고려를 통치하는 클린스만급 원격통치를 하고..
이에 신하들이 차라리 세자를 왕위에 올리려하자
자신의 세자를 죽여버리는 비정함을 보이기도;
그는 고려왕보단 원 종친으로서 원에 머물길 선호했고
계속된 성화에 2남(충숙왕)에게 양위 후 북경에 거주..
행복하게 학문을 닦고, 고려에 영향력도 행사하고,
원 제국의 승상까지 제의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그는
황제가 죽자 끈이 떨어졌고.. 티베트로 유배를 떠난다.
3년후 겨우 북경으로 복귀, 조용히 말년을 보내던 충선왕.
북경 복귀 2년 후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다.
향년 50세, 양위 12년 후 병사.
(1차 재위 6개월, 2차 재위 5년)
고려 27대 충숙왕

충선왕은 고려는 아들 충숙왕에게, 심왕은 조카에게 줘
사촌형제 고려국왕 충숙왕과 심왕 왕고는 정쟁을 벌인다.
게다가 상왕 충선왕은 계속해서 고려에 영향을 행사..
의욕을 잃고 주색에 빠졌고, 심왕의 참소로 원에 불려가
옥새를 빼앗기고 유폐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 충숙왕.
몇년후 옥새를 받고 복귀했지만 이미 완전히 의욕상실.
이에 아들 충혜왕에게 양위하고 물러나 상왕이되지만...
충혜왕의 막장통치로 원은 일단 그를 아웃시켰고,
양위한지 2년만에 충숙왕이 복위한다.
복위 후엔 정적이었던 심왕 왕고와 정치적 제휴를 맺고
7년동안 평온하지만 무기력한 재위를 보낸 충숙왕.
향년 45세, 양위 2년 후 복위 7년만에 병사.
(1차 재위 17년, 2차 재위 7년)
조선 초대 태조

장성한 아들들 대신 후처 소생 막내를 세자로 삼았고..
그러자 전처 소생의 5남 이방원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자 및 태조의 총신들을 죽여버렸다.
태조는 자의반 타의반 왕위를 2남 이방과에게 양위..
뒷방 늙은이로 밀려난 그는, 아들 이방원을 적대하며
여러 방법으로 -심지어 반란사주까지- 대항했으나
모두 실패후 체념.. 아들과 화해 후 세상을 떠난다.
향년 73세, 양위 10년 후 병사.
(재위기간 6년)
조선 2대 정종

이방원은 쿠데타 후, 바로 왕위에 오르기 뭣했던지라
이방과(정종)가 일단 반강제(?)로 왕위에 오르게 된다.
당연히 모든 실권은 동생 이방원이 쥐고있었고,
2년만에 스무스하게 이방원에게 양위한다.
정치적 권력은 없었지만, 양위 후 19년간
이방원은 그를 잘대우해주었고, 편안하게 살다 간다.
향년 62세, 양위 19년 후 병사.
(재위기간 2년)
조선 3대 태종

원래 장남 양녕대군이 14년간 세자의 자리를 지켰으나
용인불가 수준의 비행으로 폐세자된 뒤,
태종은 3남 충녕대군을 세자로 삼는다.
십수년간 모든 제왕교육을 양녕에게 몰빵했던 태종은,
새로운 세자의 안정된 왕위 계승을 원했고
뒤를 봐주기 위해 세자 책봉 2달만에 양위한다.
이후 외정, 숙청 등으로 아들의 탄탄대로를 닦아줬으며
본인도 세종의 자질에 만족하며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향년 55세, 양위 4년 후 병사.
(재위기간 18년)
조선 6대 단종

단종 1년, 숙부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
근왕 세력을 도륙하며 왕을 압박, 결국 단종은 양위한다.
말이 양위지 사실상 찬탈이었지만, 명목상 양위이기에
처음엔 어느정도 상왕으로서 대우를 받았지만..
그를 복위시키려는 사육신이 적발되고 상왕에서 폐위,
또 그를 복위시키려는 여섯째 숙부 금성대군이 적발된 후
향년 16세, 양위 2년 후 살해됨.
(재위기간 3년)
조선 7대 세조

위독해진 말년의 세조는 양위의 뜻을 전하는데..
'세조 : 몸이 너무 안좋다. 슬슬 양위하려고.'
'신하들 : (패시브)아니되옵니다!'
'세조 : (정색)야.'
'신하들 : (깜짝)예..'
'세조 : 내가 양위한다고.'
'신하들 : (쫄)예..'
말년에도 세조의 권위는 강력했고, 또한 무엇보다
저 때 세조는 진짜 위독했기에, 더는 반대하지못했다.
그렇게 세자에게 양위, 세조는 태상왕이 되었고
조선은 초기 7명의 군주들 중 5명 양위라는 기록을 달성..
세자는 즉위하며 중대사를 태상왕과 논하겠다했으나
향년 51세, 양위 1일 후 병사.
(재위기간 13년)
조선 26대 고종

1907년, 이미 조선은 사실상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황제 고종은 어떻게든 왕조를 유지시키기 위해
이제 최후의 저항을 시도한다.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려 특사들을 파견했으나 실패.
친일대신들은 길길이 날뛰며 고종에게 책임을 묻는다.
'도쿄로 가셔서 일본 천황 폐하께 용서를 비시든가'
'직접 출두하셔서 하세가와 사령관께 사죄하시든가'
자살을 요구했단 썰도 있다.
고종은 완강히 저항했지만 친일파들은 칼을 빼들고,
식사와 전화선까지 끊어버리고 퇴위를 협박..
결국 강제 양위 3년 후 망국을 맞았고, 망국 9년 후
향년 67세, 양위 12년 후 의문사.
(재위기간 43년)
양위하고 제대로 살다 간 인간들이 얼마 없다.
얼마 많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 난세의 군주들이다.
특히 고려 말~조선 초는 정치적 혼란이 심각하다.
마지막까지 권위를 갖고 상왕이 된 이는 태종, 세조뿐..
그나마도 태종만이 오래 살아 '상왕 노릇'을 했다.
상왕으로 편한 삶을 누리기란 참 힘든 듯 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면 알겠지만 몇개는 폐위와 거의 동의어임... 특히 조선 단종이나 조선 고종같은 경우에는 유명하고, 고려헌종 같은 경우에도 실질적인 강제폐위(퇴위)지
몇 개는 폐위와 거의 동의어긴하죠..
차이점은 그래도 명목상 양위이기에, 폐위되면 바로 유폐되거나 유배된 것들과 달리, 일단은 상왕으로서 어느정도나마 대우받았단게 차이지만..
공양왕..도 낄수있을까요?
공양왕은 '사실상 폐위인데 그래도 명목상은 양위'도 아니고,
그냥 공식적으로 폐위당했음ㅋㅋ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