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짓기도 전에 ‘마천루의 저주’?…흔들리는 '빈살만시티'
||2024.04.27
||2024.04.27
[글로벌스트롱맨]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네옴시티
"170㎞ 짓겠다는 더 라인, 2030년까지 2.4㎞밖에 못 지어'
현금 말라가는 사우디 국부펀드…외자 유치도 난항
엑스포 등 앞두고 더 라인, 우선순위서 밀릴 가능성
세계엔 다양한 지도자가 있습니다. 같은 정치를 두고도 누군간 독재, 누군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쎈캐’(스트롱맨)들을 통해 그 나라를 알아보고 한국을 돌아봅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네옴(Neom).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새로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와 미래를 의미하는 아랍어 ‘무스타끄발’(Mustaqbal)을 합쳐 네옴이란 이름을 지었다. 네옴은 크게 선형 수직 도시인 더 라인과 해안 산업도시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고급 해양 휴양지 신달라로 나뉜다. 그 이름대로 네옴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석유시대 이후 첨단산업·관광 등으로 사우디의 새 미래를 이루려는 빈 살만의 큰 그림이 담겨 있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2030년까지만 해도 1조 2000억리얄(약 440조원)이 투입된다. 어마어마한 사업 규모 탓에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건설업계가 네옴을 주목했다.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은 더 라인이다. 높이 500m, 길이 170㎞ 초대형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다. 높이는 롯데월드타워(555m)와 비슷하고 길이는 서울~대전 거리(140㎞)보다 길다. 에너지는 100%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고 도시 지하엔 도시 양끝을 20분 만에 오갈 수 있는 고속철도가 깔린다. 사우디는 더 라인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 미래 도시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빈 살만도 “더 라인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脫석유 위해 유가 올라야 하는 딜레마
그런 더 라인이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2030년까지 완공할 수 있는 더 라인 구간이 2.4㎞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 더 라인에 150만명이 살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금대로면 거주 인구가 30만명밖에 안 될 것이란 게 소식통 전언이다.
돈줄 마르는데 엑스포·월드컵 돈 쓸 곳은 천지
돈줄은 마르고 있는데 돈을 쓸 곳은 천지다. 사우디는 2029년 네옴시티(트로제나) 동계 아시안 게임, 2030년 리야드 엑스포, 2024년 월드컵 등 대형 국제행사를 잇달아 유치했다. 크리스티안 울릭슨 제임스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사우디 당국은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수 있다”고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에 말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더 라인 등 다른 사업 속도와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솔트베트 애널리스트는 “처음에 구상된 프로젝트가 진짜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이제 (프로젝트)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어떤 형태로든 추진되긴 할 거다”고 했다.
더 라인이 킹압둘라 경제도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2000년대 267억달러(약 36조원)을 투입해 킹압둘라 경제도시를 200만명이 사는 금융·물류·IT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킹압둘라 경제도시 인구는 1만명도 안 된다.
더 라인이 표류한다면 빈 살만의 위상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네옴 등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전임 왕세자 축출, 언론인 살해 등으로 인한 빈 살만의 폭정자 이미지를 가리고 개혁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데일리메일은 “더 라인은 역사상 가장 큰 건축물이 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큰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금 말라가는 사우디 국부펀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