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회선은 느는데 웃을 수가 없네
||2024.05.24
||2024.05.24
LG유플러스가 지키고 있는 이동통신 업계 3위 자리를 알뜰폰이 넘보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마냥 웃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 정책 방향에서 다소 소외된 데다가 값싼 요금제로 시장 진출을 선언한 금융권의 존재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망 도매대가 협상에 정부 도움없이 단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2024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알뜰폰 회선은 총 916만6672개로 나타났다. 전월(897만2555개)보다 19만4117개 늘었다. 처음 800만개 문턱을 넘었던 2023년 7월(823만4135개)보다 93만2537개 더 많다.
반면 SK텔레콤과 KT에 이어 업계 3위에 자리한 LG유플러스의 2024년 3월 회선 수는 1094만9107개로 나타났다. 전월(1093만5457개)보다 1만365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 7월(1104만6644개)과 비교해도 지난 10개월 동안 11만1187개 늘어났을 뿐이다. 알뜰폰 급증세와 차이가 있다.
알뜰폰이 성장세를 거듭하고 LG유플러스가 주춤한 사이 둘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2018년 12월만 해도 LG유플러스 회선(1076만3359개)은 알뜰폰(712만263개)보다 364만3096개 더 많았으나 2024년 3월 둘의 격차는 178만2435개로 약 5년 사이 절반 넘게 줄었다.
알뜰폰 업계는 회선 수 증가로 함박웃음을 지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당장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 방향에서 알뜰폰은 쏙 빠진 채 금융권, '제4이통사' 스테이지엑스, 번호이동 등이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그간 알뜰폰은 가계통신비를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현 정부 정책에 알뜰폰이 있다고 보느냐. 이제는 알뜰폰이 배제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이 알뜰폰 진출을 노크하면서 시장을 잠식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탄탄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금융권이 중소 알뜰폰 업체보다 값싼 요금제를 연이어 내놓으면 머니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알뜰폰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그간 정부가 도움을 줬던 이통사와의 망 도매대가 협상을 내년부터 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통해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업체의 망 도매대가 사용을 중재해왔으나 내년부터는 알뜰폰 사업자 홀로 이통사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알뜰폰 회사 연합체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최근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에 개입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업계 요구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다만 그간 알뜰폰이 범죄에 악용돼 왔던 만큼 정보보호 문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5월 8일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보보호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다양화해 알뜰폰 사업자가 이익이 될 수 있게 한다던지, 데이터를 다량으로 미리 구매하면 추가 할인해 주는 부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도매대가 관련해 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식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