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플랫폼 강력규제 예고에 韓·美 석학 경고 “혁신 경제 쇠퇴 길 선택하는 것”
||2024.05.24
||2024.05.24
거대 야당이 플랫폼에 대한 강력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법 재추진을 공식화해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규제 강경파로 통하는 민주당 김남근 당선인은 자율규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며 22대 국회에서 플랫폼 경쟁 관련 입법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업계 반발과 부처간 이견으로 원점 재검토까지 갔던 플랫폼 규제는 수위를 더 높혀 국내 테크 산업을 위협하는 양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 플랫폼법 추진에 대해 “사선규제는 자칫 지배자거 지위를 남용한 기업이라는 낙인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플랫폼 생태계의 성장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대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혁신 성장을 완전히 원천봉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잘못된 규제는 혁신 성장에 있어 침체와 경제 쇠퇴의 길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쟁법 분야 대가로 평가받는 서강대학교의 홍대식 교수와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다니엘 소콜 교수는 최근 공동 기고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 추진으로 혁신 성장이 아닌 침체와 경제 쇠퇴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두 교수는 이달 ‘한국은 잘못된 플랫폼 규제가 아닌 혁신을 우선시해야’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DMA와 같은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면 한국의 혁신 우위가 훼손될 수 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DMA같은 법안이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 경쟁 촉진을 위한 모델로 제시되어서는 안된다”며 플랫폼법 추진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유럽은 자국 보호주의를 이유로 강력한 규제를 선택했다. 유럽과 달리 한국에는 미국, 중국의 테크기업과 경쟁하는 자국 주요 테크기업이 상당수 있다. 또 한국은 기존 경쟁법에 따라 테크기업 등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특정 기업의 관행이 반경쟁적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을 제한하는 사전 규제를 포함하여 더욱 강력한 디지털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와 소콜 교수는 “독점력과 혁신 간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불분명해 획일적인 사전 규제는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 스탠더드오일이 독점력을 줄이기 위해 분리된 이후 록펠러의 순자산은 3배로 증가했으며 IBM의 부진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신규 기업들과 정당한 경쟁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 시행 때문이라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김남근 당선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통한 독점을 깼기 때문에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논리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의 테크 규제가 국내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고 중국 경쟁사에게 특혜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테무 등 급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이 디지털 공간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야 말로 이 시장이 고착화되어 경쟁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규제의 취지가 고착화된 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국내 기성산업이 수십년간 독과점 체제를 겪고 있음에도 디지털 시장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네이버 자회사 라인야후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는 등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제재 받는 상황에서 플랫폼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에 끼칠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알리·테무 등 C커머스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 오히려 자국 산업 보호에 역행하는 규제는 옳지 않다는 시각이다.
홍대식 교수와 소콜 교수는 “대한민국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혁신과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수단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경쟁을 촉진시킬 수도 있고, 검증되지 않은 유럽 규제 모델을 맹목적으로 따름으로써 침체와 경제 쇠퇴의 길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