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아니지만’…뉴진스님 내세워 임금인상 요구한 삼성 노조
||2024.05.24
||2024.05.24
“행사가 끝나면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귀족은 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조(이하 전삼노) 문화행사에서 부위원장의 발언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것은 과한 요구와 강경 투쟁으로 으름장을 놓는 이들의 행태 때문이다. 단순히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귀족’이 아님을 자처한 전삼노의 발언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창사 이래 두 번째 단체행동을 진행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삼성전자가 위기에 놓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당일이다.
이날 집회는 노조 측이 추산한 2000명보다는 적어 보이는 1000명쯤이 참석했다. 20~30대 조합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예상보다는 참석율이 저조한 것으로 보였다.
노조는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조와의 임금 협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 실질적인 휴가 개선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올해 디바이스솔루션(DS)에서 영업이익 11조원이 나더라도 사측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으로 성과급 0% 지급을 얘기한다”며 “영업이익 기준으로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면 직원들에게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취지에 공감하거나 아쉬움을 표하는 등 일반 임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집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직원 A씨는 “한명의 임직원으로서 노조의 요구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측에서도 대화 창구를 열어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직원 B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기업 중 한곳인데 노조가 이렇게 일을 키우는 게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률이 정해진 점을 감안하면, 위기 극복을 위해 대승적 합의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연을 통해 삼성전자 임직원과 지나가던 시민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로 인해 소음과 통행 불편을 초래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행사 통제와 안전을 위해 투입된 수백명의 경찰 인력도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에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집회 현장에서 한 경찰은 “도로 통제와 안전을 위해 경찰 인력이 400명쯤 투입됐다”고 말했다.
문화행사로 집회를 포장한 전삼노가 향후 사측과 교섭 과정에서 강성 노조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삼노는 이번 집회에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200명을 ‘질서유지인’으로 신고했다.
전삼노는 이날 집회를 진행하면서 “금속노조에 공식적으로 연계를 요청했다”며 “금속노조원이 참여해 행사 진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금속노조의 ‘훈수’를 인정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21일 임금 실무교섭을 재개했지만 임금인상률과 휴가제도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별도 임금 조정 협의를 진행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정했다.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후 파업이 벌어진 적은 없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교섭이 결렬된 후 노조가 조정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