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땅엔 로봇개 하늘엔 드론’...SK이노베이션 스마트플랜트 2.0
||2024.05.26
||2024.05.26
“운전원들이 현장 점검하는 걸 로봇이 하루에도 여러번, 야간에도 대체할 수 있도록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 SK울산컴플렉스(CLX) 본관에서 차를 달려 20분. 단지 동남쪽에 위치한 제2 고도화설비(No2. FCC) 현장에 다다르니 파이프숲 사이를 유유히 거니는 로봇개의 모습이 나타났다.
네 발로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로봇개는 머리에 달린 열화상 카메라와 30배 광학 줌 카메라가 ‘눈’, 가스 감지기가 ‘코’ 역할을 하며 설비 이상 여부를 점검했다. 저장 탱크나 타워처럼 높이가 있는 곳엔 드론이 투입된다. 이상 여부가 발견되면 XR기기를 통해 현장 조치를 즉각 시뮬레이션한다. 정유사 최초로 스마트플랜트를 구축한 SK이노베이션 울산CLX 공장의 모습이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기술로 효율성을 더욱 개선하며 ‘스마트플랜트 2.0’으로 도약하는 SK울산CLX 공장을 23일 찾았다.
울산CLX 공장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250만평 규모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 등 각종 생산시설이 밀집했다. 크게 원유저장부터 제품 생산, 제품 저장 및 출하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현장엔 약 3000명이 근무한다. 이 중 1400명이 4조 2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
수십미터 높이의 유류 저장 탱크와 타워들이 즐비한 현장은 이따금씩 파이프에서 스팀을 내뿜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고요한 분위기다. 대부분의 공정 운영이 자동화 돼있어 외부엔 로봇개나 드론, 안전인력 위주로 배치됐다는 설명이다. 운전원들은 대부분 조정실에서 근무한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공정운전과 설비관리, 안전분야에 AI와 DT를 적용한 ‘스마트플랜트 2.0’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 ▲설비 고장예측 솔루션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석유화학 제품은 파이프와 저장 탱크 안에서 움직이는 만큼 육안으로 제품을 살펴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며 “일반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DT 기반 인프라 구축으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근무자들의 세대교체에 따른 업무 혼란을 최소화하고, 현장 설비 및 안전 관리 신뢰도를 높이는 등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운전 분야에선 공장 자동운전 프로그램을 적용해 반복적인 업무나 공정 시동·정지를 자동화했다.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공정 자동 제어(APC) 기술에 AI를 도입해 제어 수준을 높이고 있으며, 현장에는 로봇개를 투입해 가스 누출 감시나 게이지 측정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로봇개는 하루에 6번 가량 현장에 투입되는데, 한 번 출동할 때마다 40~50분 정도 미션을 수행한다.
김윤중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 PM은 “로봇개는 루트를 설정해두면 사람 개입없이 스스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설비를 점검한다”며 “현재는 수소공정에만 활용되고 있지만, 빠르면 연말 중 다른 공정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설비관리 분야에선 진동이나 온도 등 설비 데이터 기반 ‘고장 예측 솔루션’을 구축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또 고소지역 설비 검사나 맵핑 작업에는 드론을 활용하기도 한다. AR을 활용한 비계 작업 시뮬레이션 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강석 SK에너지스마트플랜트추진팀 PM은 “로봇개가 설비 이상 알림을 보내면,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 사람이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임시가설물인 비계 설치 작업이 필요한데, AR을 통해 지면을 인식하고, 필요한 비계 높이와 물량을 미리 확인해 비용이 얼마나 들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전·보건·환경 분야에선 모바일 기반 작업허가 발급 시스템, 협력사 근로자 위치 관리 시스템, 밀폐공간 실시간 가스 감지 시스템, XR 안전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스마트플랜트2.0 도입을 통해 얻는 비용 개선 효과도 막대하다. 설비 이상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 부품을 미리 교체하면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공정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유지보수에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창훈 팀장은 “고장 사전 예측 부분에서 20~30억원 정도의 실질적 효과를 보고 있다”며 “설비 유지보수나 인력운영 효율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연간 100억원 정도의 비용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AI·DT 전문가를 양성하며 자체 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미 개발된 국내외 솔루션을 단순 도입한 것을 넘어 60년간 축적한 기술 및 공정운전 노하우를 접목해 현장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장 적용의 어려움 등을 자체 기술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K울산CLX 내 90여명의 CDS(소프트웨어 전문인력) 및 10여명의 AI·DT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 기반 엔지니어 기술 챗봇을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엔지니어 업무 전반에 걸쳐 활용해 업무 효율을 혁신할 예정이다.
정창훈 팀장은 “SK울산CLX는 실행력이 한층 강화된 스마트플랜트2.0을 통해 전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자동운전 플랜트’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