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에 관해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1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은 문제 소지가 많은 법률로 실제로 시행될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 사이에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우선 매입한 뒤 먼저 보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선(先) 구제, 후(後) 회수'가 골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 통화에서 "선 구제를 위한 공정평가를 할 때 경매 등이 안 된 상태에서는 평가 자체를 못 한다"며 "최우선변제금만큼 먼저 보전해 줘도 나중에 회수할 수 없어 주택도시기금이 손실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이 주요 재원인데 결국 정부재정 보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최우선변제금이 지역마다 달라 전세사기 피해자 간에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특별법이 안고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재정 누수로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제21대 국회가 29일로 끝나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재의요구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국회 사무처 검토와 작구 수정 등을 거쳐 정부로 이송되기까지 일주일가량이 소요된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주(週)의 다음 주 금요일에 정부로 이송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긴급 이송'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 뒤 곧바로 정부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한 경우 국회 통과 당일에 정부로 법안을 보내기도 한다"며 "실무적인 표현으로 긴급 이송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날 전세사기 특별법이 정부로 오게 되면 29일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재의요구 건의안을 의결할 수 있게 된다. 이후 국회에서 재표결을 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지난 2016년 제19대 국회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임기 만료 이틀 전 일명 '상시청문회법'에 관해 재의요구를 행사한 사례가 있다. 국회로 다시 돌아간 법안은 재의결 없이 폐기됐다.
다만 재의요구가 제21대 국회 임기를 넘길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행사하더라도 이미 제21대 국회가 없어진 이후여서 재표결을 할 주체가 모호해지는 면이 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자동폐기'와 '제22대 국회서 재표결'로 의견이 맞선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재의요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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