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OTT 정책의 답답함은 변하지 않았다
||2024.05.28
||2024.05.28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내 OTT 4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국내 OTT는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간담회를 비롯해 5년 가까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와 업계 현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문제는 5년쯤 시간이 흐른 동안 OTT 정책·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 등 국내 OTT 4개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국내 OTT 산업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홍일 위원장, 조성은 사무처장, 이헌 방송기반국장이 참석했다. 사업자 측은 최주희 티빙 대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김성한 쿠팡플레이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가 참여했다.
김홍일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OTT 플랫폼 대표들과 만났다”며 “글로벌 미디어 강국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 OTT 산업 성장 방안과 이용자 권익 향상의 바람직한 조화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OTT가 성장기를 지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특히 글로벌 거대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OTT 어려움이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를 통한 국민 행복 증진과 국내 미디어 산업 성장을 함께 추진하는 만큼 국내 OTT 산업 활성화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요한 정책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상견례 그친 간담회
문제는 이날 간담회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 진행한 여타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업계 대표들은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토로하고 김홍일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잘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만 오갔다. 이는 그동안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 진행하는 간담회에서 매번 나오는 이야기로 뻔만 말 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국내 OTT 4개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통합 미디어법을 통해 규제가 심화되면 글로벌 거대 OTT와 경쟁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료방송업계는 OTT처럼 완화해달라고, OTT 업계는 지금도 넷플릭스·디즈니와 경쟁할만큼의 체급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 미디어법은 유료방송,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OTT 등 다양한 미디어를 하나의 법체계로 규율하기 위한 통합방송법이다.
이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장은 간담회 후 브리핑을 통해 “아직 성장 단계에 접어들려고 하는 OTT가 어떤 법이든 규제가 생기는 것에 우려했다”며 “김홍일 위원장은 그런 걸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방송과 동일하게 규제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방통위 측에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 관련 질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주희 티빙 대표와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모두 주주가 결정하는 문제라 잘 모른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희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단 질의를 피해 자리를 떠났다. 이태현 대표는 “제가 코멘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회전하는 韓 미디어 산업 진흥책
업계는 정부 측 간담회가 진행될 때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양새다. 규제 증가에 관한 우려를 전달하는 자리 정도에 그쳐서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OTT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2020년쯤부터 지금까지 정부 정책 기조가 달라진 건 없다. ‘하겠다’를 실현한 사례가 손에 꼽힌다는 점이 문제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정부부처가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통해 나온 ‘국내 OTT 활성화 협의체’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 출범한 협의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3일에도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쿠팡플레이 고위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OTT 서비스 발전방안과 이용자 불편 해소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재임 시기다. 김홍일 위원장이 취임하기까지 OTT 서비스가 달라진 건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티빙의 요금 인상과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단속, 디즈니 플러스의 계정공유 단속 예고 정도다.
OTT 업계가 체감하는 정책도 OTT 영상물 자체등급분류 제도 도입과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 등 두 가지다. 나머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정책이 OTT 플랫폼을 돕는 정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OTT 영상물 자체등급분류 시행으로 OTT 플랫폼이 심의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영상물 예고편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 본편은 OTT 플랫폼이 자율심의할 수 있지만 예고편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3월 ‘2024년 규제혁신 5대 기본방향과 20대 추진과제 발표’를 통해 OTT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예고편도 자체 심의를 할 수 있게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도 비슷하다. 제작비 세액공제는 콘텐츠 제작에 들어간 비용의 일정 비율만큼 세금을 공제하는 제도다. 업계는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뿐 아니라 콘텐츠 투자비까지 공제돼야 플랫폼을 비롯해 콘텐츠 업계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제작비 세액공제는 플랫폼이 아니라 제작사가 영업이익을 냈을 때 받는 제도라서다. OTT 플랫폼은 제작비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우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야 한다. 또 영업이익(흑자)을 내야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티빙·웨이브·왓챠는 수백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OTT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도 결국 제작비 세액공제는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쿠팡플레이는 별도 영업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선거를 한 번 치르거나 기관장 인사가 한번 나면 새로운 마음으로 관련 업무를 초기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위원장 바뀐다고 밑에 직원까지 전부 달라진 건 아닐텐데 4~5년 전에 하던 대화를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는 걸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