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11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국회 사무처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선구제, 후회수’를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정부로 긴급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 이송까지 3일 이상이 걸리지만 이달 30일 이후 이송될 경우 각종 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21대 국회가 29일 폐원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가 이에 대한 재의결권을 가지는지 등을 두고 법 해석이 엇갈린다. 국회가 법안 이송이 늦어져 초래할 법적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이송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늦어도 29일 오전까지는 법안을 정부로 이송할 것”이라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시점이 회기를 넘어서게 될 경우 처리 방식을 두고 학자들 간에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고 선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의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당초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될 소지가 있고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선의의 재정 관리를 해야 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직후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을 행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날 야당 요청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국회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 등 4개 쟁점 법안 대해서도 일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 의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이후 11번째다. 4·10 총선 패배 이후 국정과제 동력 확보를 위해 야당과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의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야당에 ‘독선’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추후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국민적 이해를 얻는 일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