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눈물, 항공화물·택배 단비로…中 이커머스 공세 희비
||2024.05.29
||2024.05.29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에 국내 유통·물류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 화물, 택배 분야는 운송 물량 확대에 웃는 반면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 및 1분기 해외 직접 판매·구매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가별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중국이 9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9% 증가했다. 이는 국가별 직접 구매액 중 최고다.
전체 직접 구매액 1조6476억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전년 동기 40.5%에서 16.5%포인트(p) 늘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직접 구매에서 중국의 비중이 역대 최대 기록은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공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항공화물, 택배업계가 웃었다. 항공화물 운송량은 중국 이커머스 효과로 코로나19 이전을 넘어섰다. 택배업계는 올해 1분기 알리 등 중국 직구 물량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보인 바 있다.
올해 1분기 국적사 화물전용기의 국제선 항공화물 운송량은 33만3809톤(t)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27만6302t 대비 20.8% 증가했다. 이는 중국발 운송량 확대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국가별 항공 순화물 운송량을 보면 중국이 12만4749t으로 미국(13만9450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실어날랐다.
다만 2019년 1분기 대비 중국 운송량의 증가 폭은 미국 보다 더욱 컸다. 중국 운송량은 2019년 1분기 10만4473t 대비 19.4% 증가했다. 반면 2019년 1분기 미국 운송량은 11만8936t으로 17.2% 증가했다.
항공사들의 1분기 화물 실적은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며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지만 비수기로 분류되는 1분기인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1분기 별도 기준 화물 매출액이 9966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줄었지만 운임비가 12% 줄어든 점을 고려할 때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별도 기준 화물 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4% 감소한 3524억원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중국발 이커머스 물량 등 수요에 집중해 성장을 노릴 방침이다.
택배업계의 경우 중국 이커머스 물량 확대가 1분기 실적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
CJ대한통운은 1분기 영업이익 1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사업별 택배·이커머스 사업 영업이익은 53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 CJ대한통운의 실적 증가세는 알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은 알리의 국내 택배 물량 80%를 맡았다.
오는 6월 알리와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CJ대한통운은 최근 주계약을 맺고 알리 물량의 국내 배송을 이어가기로 했다. CJ대한통운 외에도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소포 등 택배업계가 알리 배송의 위탁사로 선정돼 택배업계 전반에 중국 이커머스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 이커머스 공세에 성장세를 이어가던 쿠팡의 기세가 꺾였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영업이익 4000만달러(5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61% 줄어든 수치다.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전환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손실은 2400만달러(326억원)로 적자 전환했다.
쿠팡의 실적 하락은 중국 이커머스를 경계하기 위한 투자 확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달성 이후 매분기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그동안 ‘계획된 적자’를 끝냈지만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로 다시 투자 확대에 나섰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한국산 제품 구매·판매액 증대와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 확대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올해 3월에는 앞으로 3년간 신규 통합물류센터와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하고 도서산간, 오지까지 로켓배송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5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유통·제조업의 위기’ 주제의 토론회에서 “현재 성장률 하락으로 경쟁 심화 중인 국내 온라인 시장의 토종 플랫폼과 일부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위기가 심화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랫폼 산업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관련 생태계 조성발전과 관련해 플랫폼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