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함께 저지른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보이스피싱 중계기 관리책이 마약 운반까지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국내에 유통한 마약은 시가 29억 원 상당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9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관리하고 마약까지 유통한 30대 국내 총책 박 모 씨(여) 등 27명을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그중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2일까지 순차적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이 유통한 마약은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 등 총 5.77㎏으로 190만 명 이상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이들이 유통한 마약 중 9억 8000만 원 상당을 압수했다.
지난해 5월 보이스피싱 및 마약 유통 범죄 집단을 조직한 이들은 해외발신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변작하는 중계기 580대를 이용해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등의 방법으로 81명에게서 약 1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대포폰, 중계기, 전달·수거책 등 범행 수단이 마약 유통과 겹친다는 점에 착안해 마약 범죄도 함께 저질렀다.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 카드수거책 등으로 모집해 장기간 신뢰 관계가 형성된 조직원을 국내 마약 운반책, 해외 만약 밀반입책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함께하는 국내 조직이 적발된 건 처음이다.
박 씨는 필리핀에 있는 30대 해외 총책 김 모 씨(남)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죄를 제안받았으며 이후 지난해 11월 마약 유통으로 영역을 넓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리딩방 투자 사기, 성매매 등 범죄 조직에 대당 75만원을 받고 중계기를 대여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가담한 이들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20~30대로 파악된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국내 총책 박 씨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김 씨 검거를 위한 국제공조수사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마약과 보이스피싱을 총괄하는 또 다른 해외 총책을 추적 중이다.
남현모 동대문경찰서 수사2과장은 “범죄 조직이 하나의 범죄에 국한하지 않고 그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죄종을 가리지 않고 범죄에 가담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