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융안정 고려한 중립금리, 물가안정 중립금리보다 높아”
||2024.05.30
||2024.05.3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r*)는 물가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금리를 급격히 하향 조정하면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SNB) 총재와 한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고도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 이창용 “중립금리 추정치, 환율 등 변수 따라 변동”
이 총재는 먼저 한은이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4~5개의 모형을 가지고 있다”면서 “(해당 모델에서)중립금리 범위를 도출한 뒤 우리의 금리가 범위의 상단인지 하단인지 비교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근원 인플레이션 추이와 같은 수단들도 사용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근원 인플레이션(농산물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는 흐름에 있다면 우리의 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과정에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는 환율과 경상수지, 자본 이동성과 같은 대외 요인을 도입할 때마다 추정치가 상당히 많이 변동한다는 것”이라면서 “내일 대외 부문을 더 많이 통합한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금융안정성도 고려해 중립금리 추정치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있다”면서 요르단 SNB 총재를 향해 개선점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요르단 총재는 “불확실한 세계에 있는 것을 구조화된 논의에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갖고 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과제”라면서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것이 우리가 균형점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SNB 총재 “통화정책 다변화, 환율에 영향… 디플레 유의해야”
이 자리에서는 통화정책 방향과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 총재는 요르단 총재를 향해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이러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자국의 통화정책에)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요르단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다변화될 때 환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것이 우리(스위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율이 너무 강해서(화폐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해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면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외환 개입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물가가 하락하면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화폐의 가치는 오른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언급했다. 요르단 총재는 “스위스뿐 아니라 미국 지역 은행 위기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뱅크런(bank run·예금 대량인출)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고 또한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에 대한 자금 조달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무엇이 자금 조달 구조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자금 유출 속도를 늦추기 위한 은행들의 장기적인 자금 조달 여건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유동성이 빨리 빠져나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