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합헌 판단한 근거는
||2024.05.30
||2024.05.30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려 개정한 방송법 시행령을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결정했다. 5인 합의제로 운영되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찬성만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절차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정부가 지난해 수신료 분리징수 근거로 개정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2항이 합헌이라고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결정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주제로 수렴한 온라인 의견을 근거 삼아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했다. 그해 6월5일 대통령실이 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 마련을 권고했고, 방통위는 6월16일부터 열흘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령 개정령안을 마련했다. 개정령안은 7월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12일 공포·시행됐다. 30년간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과 통합해 고지·징수해온 것이 한 달여 만에 바뀌면서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현장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KBS는 헌법재판소에 지난해 6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를 멈춰달라는 가처분, 7월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 자체의 위헌성을 따져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두 사건을 병합해 이번 결정을 했다.
헌재는 시행령이 상위법(방송법)상 수신료 징수업무 재량권을 축소했다는 ‘법률유보원칙 위반’, 방통위가 시행령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기간을 자의적으로 단축하고 3인 체제에서 2명 찬성만으로 개정령안을 의결했다는 ‘적법절차원칙 위반’ 등에 해당한다는 KBS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시행령은 수신료 납부통지에 관한 절차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뿐 상위법과 무관한 새로운 법률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입법예고 기간 단축의 경우 방통위원장이 법제처장과 기간 단축을 협의했다는 이유로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2인 의결의 경우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방통위법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행령이 규제 신설이나 강화가 아니라며 규제영향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미납되는 수신료가 증가할 거란 우려에 대해선 방송법이 이미 추징금 및 가산금 징수 등 강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수신료 외의 방송광고수입이나 국가 보조금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인이나 국가에 의한 영향력이 증가해 공영방송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점에서, 향후 수신료에 의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공론화 및 여론 수렴을 통해 입법부가 수신료를 증액하거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통위가 30년간 지속된 수신료 징수제도를 바꾸면서 공개적 토론이나 이해관계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아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라는 KBS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 수신료 금액이나 범위 변경은 없고 기존 전기요금과 통합하던 방식에서 분리 납부 통지로 변경될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관 3인(김기영·문형배·이미선)의 경우 시행령은 특정 징수방식을 제한해 방송 운영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으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 또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입법예고기간을 단축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국민이나 이해관계인이 심사숙고해 의견을 정리·제출할 최소한의 기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단지 방통위원장과 법제처장이 협의를 거쳤다는 것만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방통위 입법예고 기간은 행정절차법이 정한 최소한의 입법예고기간 4분의1에 불과하고, 두 번의 주말을 제외하면 업무일 기준 일주일이 채 되지 않기에 “사실상 입법예고를 생략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며 적법절차원칙을 어겼다고 봤다.
또한 국민이 분리징수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 시행령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고, 시행령 공포 이후 현재까지 수신료 징수가 본격화하지 못한 현실은 시행령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KBS 뿐 아니라 수신료 일부를 지원 받는 EBS 및 KBS 지역총국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30여 년간 일관되게 시행되어 온 통합징수제도를 신뢰하고 이를 전제로 각종 재정적 제한을 감수하여 온 청구인에 대하여 다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분리징수제도를 갑자기 시행”했다며 “청구인이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재정적 불이익과 그에 따른 공영방송으로서의 중립성, 독립성, 지속 가능성의 훼손 우려는 매우 중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을 시행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는 수신료 통합징수제도의 존속에 관한 청구인의 신뢰이익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