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주했으나 노숙 생활을 이어오다 불을 질러 방화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31일 오전 서울북부지법 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식)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현 모 씨(44)에 대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우발적이긴 하나 위험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현 씨는 지난 3월 26일 중랑천 근처 구청 창고에 있던 기계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은 일부 자재만 태우고 20분 만에 꺼졌다.
현 씨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으나 시어머니와의 갈등 끝에 2016년 이혼한 뒤 고시원, 여성 노숙인 쉼터 등을 전전하다가 2019년부터 중랑천변에서 노숙생활을 이어왔다. 주소지 없이 구직 활동 등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비조차 받지 못한 현 씨는 5년 동안 행인들이 준 돈으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대문구 측이 주거와 한국어 공부 등을 지원하겠다며 계속 설득했지만 현 씨는 쉼터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아이가 사는 곳 근처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트색 수의를 입고 재판에 등장한 현 씨와 변호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재판 내내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계속 토로했으나 한국어가 서툰 탓에 변호인과 통역사가 피고인을 진정시키느라 잠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 씨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2007년 한국에 들어왔지만 결국 이혼했고 한국어 의사표현을 못 해 사회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어가 서툴러 쉼터에서도 괴롭힘을 당했고 퇴거요청을 받으면서도 계속 노숙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울먹였다.
불을 저지른 경위에 대해서도 현 씨는 "창고를 전부 태우려던 건 아니고 약간의 피해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만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또 바로 옆 게이트볼 구장 등에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금방 불이 진화될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현 씨가 서울이주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것에 동의했고 면회도 했다며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앞으로 피고인에게 관련 기관들을 통해 적절한 사회복지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짐하고 있어 재판장님께서 최대한 선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씨 역시 "이런 일을 나도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한국에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었다"며 "앞으로 지원 잘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