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도입 석 달…업체는 ‘눈치’ 효용은 ‘글쎄’
||2024.06.04
||2024.06.04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가 도입된지 석 달이 됐지만, 여전히 효용이 크지 않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기대했던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제도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024년 5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55만5373건으로 4월(50만975건)보다 5만4388건(10%) 늘었다. 다만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 내 이동보다는 5월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인원이 17만927건으로 전월(14만7096건) 대비 2만3831건(14%) 늘어난 데 따른 결과가 크게 반영됐다.
이마저도 전환지원금 제도 도입 이전인 올해 1월(56만63건)보다 번호이동 건수가 낮다.
앞서 4월 번호이동 건수는 전환지원금 시행 첫 달인 3월(52만4762건)보다 오히려 2만3787건(4.5%) 줄며 시장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최대 한도가 50만원임에도 업체의 전환지원금은 도입 초기인 3월 23일 최대 13만원에서 최대 33만원으로 인상된 것을 마지막으로 3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KT가 최대 33만원, SK텔레콤이 32만원, LG유플러스가 30만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보통 10만원짜리 비싼 요금제를 써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통신업계는 정부 눈치를 계속 살피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탈통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체기에 돌입해 한계가 명확한 통신 영역에 큰 돈을 쓸 수 없다는 현실론이 강하다. 또 이번 전환지원금 제도 자체가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도 진단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외에 공시지원금 등도 있다. 시장 상황을 보고 모든 지원금을 결정하고 있다"며 "사실 이번 제도는 번호이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이 지지부진하면서 관계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전환지원금 지급으로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비용이 대폭 경감될 것처럼 거창하게 홍보했던 방통위는 현재 이번 정책 실패에 대해 일언반구의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며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는 게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정책 효과 관련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통 번호이동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6월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액이 정해진 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과 달리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은 업체가 기기별로 50만원 한도 내에서 고객에게 자율적으로 줄 수 있다. 하나의 업체가 지원금을 올리면 언제든지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