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는 '민생지원금' 법안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월권적 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처분적 법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은 '처분적 법률'의 일반화를 통해 행정부의 처분 권한을 대신하겠다는 호기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법률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이었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자 처분적 법률의 형태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교수는 "입법에 있어 무정부주의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권력분립 내지 삼권분립의 한 축인 행정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정부 권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자 월권적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정부의 예산 편성·제출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54조, 국회 예산 증액에 대한 정부의 동의권을 규정한 헌법 57조 등을 근거로 들며 "예산을 편성하고 제출하는 권한은 정부만이 가지도록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가 예산 편성에 개입하려면 개헌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전까진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이 '전국민 25만원 일괄 지급' 대신 모든 국민에 인당 25~35만원까지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일괄 지급이든 차등 지급이든 '처분적 법률'임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13조원이라는 과도한 예산이 수반되는 처분적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정부에 이를 강요하는 건 국회의 권한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민주당의 민생지원금 법안 추진에 대해 "정부가 재정권을 행사하고 국회는 이를 통제한다는 헌법상의 기본 구조를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국회와 정부가 동의하는 중립적인 기관의 민생지원금 지원 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협의 자체가 어려울 경우에는 정부의 재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처분적 법률의 자동 집행력은 행정부가 규정해야 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항까지 법으로 규제해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한다"며 "행정과 사법이 권력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일시적 여론몰이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재옥 의원은 "법안 내용을 보면 액수나 시행시기도 그렇고 정부예산 편성을 침해해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며 "정치 복원 관점에서 바람직한지 심도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상윤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 박준석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이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